Stories

“송이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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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이별곡”

안동에서 온 두번째 편지.

옛날이나 지금이나
송이와 닭은 찰떡 궁합,

닭국에 송이를 쫄쫄 째넣으면
국물은 찰박 끈끈
향긋한 맛이 솔솔 살아나네

그리 멀지 않은 옛날,
송이는 흔하고
닭고기가 귀하던 시절

수십명이 식객으로 초대받은
동네잔치 가마솥에는
비싼 닭 두어마리에
꼴망태 한가득 따온
송이만 푹푹 끓고

동네 어른들은 닭이 목욕한 듯
고기 보다 송이만 철철 넘치는
국 한그릇 받아들고선
“어 시원하다,
송이 마다 괴기맛 난다”하시며
훌훌 들이키셨네

송이 한뿌리가 닭 한마리 값을
훌쩍 넘는 요즘은
동네 어른들 모여 닭국에 귀한 송이
한.두뿌리 겨우 구해 넣고서는
“어,시원하다,
괴기에 송이맛 난다”하시며
맛나게 드시네

송이 값과 닭 값이
송이 맛과 닭 맛이 정반대가 되어도
둘 궁합은 여전하니 변한게
없는 줄 알았는데

어느 사이엔가 세상은 많이도
달라졌네

먼지와 비 냄새 고스란하던
마을어귀 흙길에는
아스팔트 깔렸고

석양 빛 맞으며 삐걱대던
소 달구지 자리에
경운기 다니고

송이를 따서 담던 꼴망태도
지게 짐 짊어지고
콧노래 부르던 어른들도
모두 사라져 버렸네

해마다 가을 송이철이면
송이만으로도 닭국 맛을
제대로 느꼈던 시절

친구들과 함께
흙에 뒹굴던 그 시절이
아련하게 그립네

가을의 진객 중 하나는 누가 뭐래도
송이다. 소나무 숲이 우거진 산을 오르다가
한송이라도 눈에 띄면 종일 기분이
좋아지는 것은 귀한 맛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향긋한 송이냄새에 유년기 시절이 떠오르기 때문이리라

올해 잦은 비와 두개의 태풍으로
풍년이 예상되던 가을 송이는
지나친 습기에 포자 형성이 제대로
되지 않아 추석 전 키로당 일등품이 70만원까지 치솟더니
명절 수요가 사라진 요즘에도 4~50만원 선을
유지하고 있다.

가히 금송이다,송이 한뿌리가
닭고기 값의 두,세배가 훌쩍 넘다보니
보통 마음으로 맛보기는 어렵지만
해마다 송이철이면 어린 시절
동네 헌이 아재와 송이를 따서
꼴망태에 한가득 담던 기억,

꼴망태 가득한 송이 향을 뿌리며
소달구지를 타고 내려오던
마을 어귀 비탈길,

노을 빛을 뒤로하고 한가득 지게짐에
허리 숙여 종종 걸음하시던
동네 어른들의 잔상이 어른거리는…
나에게 송이는 유년기의 아스라한
추억을 부르는 바이러스다.

한송이 맛보지 않아도 가슴 뛰는 송이 철,
향긋한 송이냄새에 묻어오는
어릴적 추억들이 있어서 너무나 좋은 송이철이
끝물 송이와 함께 지나가고 있다.

2020년 10월 안동에서. JD.

안동에서 온 두번째 편지.

옛날이나 지금이나
송이와 닭은 찰떡 궁합,

닭국에 송이를 쫄쫄 째넣으면
국물은 찰박 끈끈
향긋한 맛이 솔솔 살아나네

그리 멀지 않은 옛날,
송이는 흔하고
닭고기가 귀하던 시절

수십명이 식객으로 초대받은
동네잔치 가마솥에는
비싼 닭 두어마리에
꼴망태 한가득 따온
송이만 푹푹 끓고

동네 어른들은 닭이 목욕한 듯
고기 보다 송이만 철철 넘치는
국 한그릇 받아들고선
“어 시원하다,
송이 마다 괴기맛 난다”하시며
훌훌 들이키셨네

송이 한뿌리가 닭 한마리 값을
훌쩍 넘는 요즘은
동네 어른들 모여 닭국에 귀한 송이
한.두뿌리 겨우 구해 넣고서는
“어,시원하다,
괴기에 송이맛 난다”하시며
맛나게 드시네

송이 값과 닭 값이
송이 맛과 닭 맛이 정반대가 되어도
둘 궁합은 여전하니 변한게
없는 줄 알았는데

어느 사이엔가 세상은 많이도
달라졌네

먼지와 비 냄새 고스란하던
마을어귀 흙길에는
아스팔트 깔렸고

석양 빛 맞으며 삐걱대던
소 달구지 자리에
경운기 다니고

송이를 따서 담던 꼴망태도
지게 짐 짊어지고
콧노래 부르던 어른들도
모두 사라져 버렸네

해마다 가을 송이철이면
송이만으로도 닭국 맛을
제대로 느꼈던 시절

친구들과 함께
흙에 뒹굴던 그 시절이
아련하게 그립네

가을의 진객 중 하나는 누가 뭐래도 송이다. 소나무 숲이 우거진 산을 오르다가 한송이라도 눈에 띄면 종일 기분이 좋아지는 것은 귀한 맛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향긋한 송이냄새에 유년기 시절이 떠오르기 때문이리라

올해 잦은 비와 두개의 태풍으로 풍년이 예상되던 가을 송이는 지나친 습기에 포자 형성이 제대로 되지 않아 추석 전 키로당 일등품이 70만원까지 치솟더니 명절 수요가 사라진 요즘에도 4~50만원 선을 유지하고 있다.

가히 금송이다, 송이 한뿌리가 닭고기 값의 두,세배가 훌쩍 넘다보니 보통 마음으로 맛보기는 어렵지만 해마다 송이철이면 어린 시절 동네 헌이 아재와 송이를 따서 꼴망태에 한가득 담던 기억,

꼴망태 가득한 송이 향을 뿌리며 소달구지를 타고 내려오던 마을 어귀 비탈길,

노을 빛을 뒤로하고 한가득 지게짐에 허리 숙여 종종 걸음하시던 동네 어른들의 잔상이 어른거리는… 나에게 송이는 유년기의 아스라한 추억을 부르는 바이러스다.

한송이 맛보지 않아도 가슴 뛰는 송이 철, 향긋한 송이냄새에 묻어오는 어릴적 추억들이 있어서 너무나 좋은 송이철이 끝물 송이와 함께 지나가고 있다.

2020년 10월 안동에서. JD.